세태 보고서 – 한국 서민들, 참 기이하고 황당한 소비 행태

안녕하세요. 겨울밤이 깊어만 갑니다. 지난 한 주 간 댁내 별고 없으신지요. 시인의편지입니다.   한국 서민들, 참 기이하고 이해 못 할 소비 행태. 글 제목이 다소 거창한가요? 뭐,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만, 집의 소유 여부를 놓고서 편의상 부자와 서민으로 크게 나눠서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가끔은 예외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5억원 전세 또는 다달이 월세 160만원 내고 사는 사람과  2억원짜리 자기 집 소유한 사람 말이에요. 누가 부자일까요?  당연히 전자가 부자이고 후자가 서민이겠죠.   세입자와 집주인. 셋방살이한다고 무조건 서민이 아니에요. 집 가졌다고 부자도 아니고요.  집을 살 수 있는데도  일부러 전세나 월세 사는 부자가 있는 반면 10년 넘게 구두쇠처럼 돈 모아 내 집 마련한 서민도 있죠. 그렇죠? (정부가 2월 1일부터 5억원 이상 전세입자 – 무늬만 서민, 가짜 서민- 에게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키로 한 건 대단히 잘한 겁니다.) 여하튼 그런 예외를 차치하고서 잠시 생각해봅시다. 서민 여러분에게 쓴 소리 좀 할게요.   도표와 통계 수치 따위를 들이대는 이론적인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눈으로 본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요.  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 강북지역이에요. 좀 못 사는 동네죠. 언론에서 흔히들 말하는 ‘돈 없는 서민’들이 잔뜩 몰려 삽니다. 대학가 근처다보니 원룸, 오피스텔이 밀집되어 있고요.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 월세 사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이른바 ‘달동네’에 세들어사는 사람들. 소비 행태를 들여다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요. 적어도 겉으로 봤을 때는 저 사람이 돈 많은 부자인지 가난한 서민인지 분별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월세 18만원, 35만원 또는 전세 2천 5백만원 옥탑방이든 지하방이든 원룸이든 세들어살면서 무슨 돈이 그렇게도 많은지 도통 모르겠어요. 먼저 옷차림을 관찰하면요. 대부분 유명 상표가 박힌 비싼 ‘메이커’ 옷을 입습니다. 또한 비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요. 웬만한 사람들은 자동차를 몹니다. 게다가 툭하면 외식을 합니다. 달걀 값, 과자 값이 몇십원 몇백원 올랐다는 뉴스를 보며 깊이 한탄하고 분개하면서도 4천원, 5천원하는 커피 사서 마시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죠. 사람들이 마시고나서 버린 플라스틱 커피잔이 길거리에 여기저기 나뒹굽니다. (참고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 원재료 가격 132원.)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그외에도 이런 실례(實例)들은 퍽 많습니다. 요컨대 소득수준이나 재산사정은 형편없는데요, 소비행위의 내역과 규모는 돈 많은 강남 사람들 못지 않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죠? 대한민국 건국 이래 사상 최저 저축률 시대.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순리(順理) 아닌가요? 그런데 절약과 검소의 미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떻해서든 한 푼 두 푼 모아 알뜰살뜰 저축할려는 게 없어요. ‘저축’이란 건 현재는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인내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예비하는 경제행위일진대 1백만윈이든 2백만원이든 얼마가 됐든  벌면 버는 대로 화끈하게 다 써야 직성이 풀리나봅니다.   절대빈곤의 시대였던 1970년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궁핍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죠. 한국경제가 가난을 극복하고 눈부시게 발전했던 이유가 뭘까요?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저축만이 희망이요 살 길이다! 돈이 생기면 일단 저축부터 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당시 서민들은 여러분에 비해 훨씬 못 한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집집마다 자발적으로 엄청나게 저축을 했어요. 저축은 든든한 종잣돈을 형성,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민초(民草), 다르게 표현해서 서민들의 뜨겁게 달아오르는 저축열을 바탕으로  결국 국가경제도 ‘보릿고개’라는 단어로 함축됐던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출하여 장족의 발전을 했던 거에요. 예나 지금이나 자본주의에서 저축이 경제에 기여하는 무서운 힘은 변함없어요. 한 번 우리집에 들어온 돈은 결코 쉽게 나가지 못 한다. 단순하지만요, 저축하는 사람 앞에선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돈 쓰는 재미가 쏠쏠한 건 누구나 알지만 참을 땐 참아야죠. 소득이나 재산에 비해 소비가 과도하거나 초과할 때 뭐라고 할까요? 아시는 분요? 정답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뉴스 보셔서 다들 잘 아시죠? 세계 최장 노동시간, 일 중독(workaholic)의 나라, 코리아. 고용불안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인턴, 기간제, 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규직 1천만명. 한 달 평균 수입 1백 42만원. 서민들은 고생해서 어렵사리 번 돈을 별로 저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떨까요? 오히려 부자들은 짠돌이, 짠순이 소리 들어가며 자린고비인양 악착같이 저축하고요. 대다수 한국 부자들은 지하철을 떠도는 거지를 보면 애써 외면하고요,  1천원 적선하는 것도 덜덜 떨 만큼 냉랭하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과는 달리  ‘기부’하는 것에 매우 인색해서 사회적으로 박수를 받지 못 합니다. 어쩌다가 기부를 하더라도 자기 재산이나 소득에서 아주 조금 하죠.  1% 내외로 티나지 않을 만큼만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자는 칭송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게 마땅한데요, 한국에선 질시와 규탄의 그것이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에요. 외국 부자들과 비교할 때 한국 부자들은 ‘나눔의 정신’이 결여되었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고요, ‘돈의 노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참 지독하리만치 끔찍히도 돈을 사랑합니다. 말하자면 돈을 많이 벌고 또 돈을 많이 갖고 있지만요, ‘자본주의 정신’ 또는 ‘돈에 관한 철학’이 부재(不在)하다고나 할까요. 일찌기 독일의 막스 베버가 갈파한 바 ‘천민 자본주의’ 병폐에요.   돈 없는 서민들에게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소비행위를 중단하라, 저축을 너무 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저축 좀 하라고 말씀 올리면 벌이가 신통찮은 서민들에겐 희망이 없다, 내 돈 가지고 내가 쓰는데 네가 뭐냐, 시대착오적인 망발을 걷어치워라, 나는 내일 죽더라도 뽀대나게 살고 싶다, 푼돈 모아봐야 어느 세월에 목돈이 되느냐, 오지랖도 웬간하구나, 2%대 초저금리에 그까짓 이자가 얼마 되느냐고 툴툴대며 반문하는 분들 계실 거에요.   도대체 왜들 그럴까요? 왜 쓰지 못 해서 안달일까요? 아무도 못 말리는 허례허식이 뼛속 깊숙히 박혀있는 걸까요? 아니면 ‘철학(哲學)이 사라진 시대’라서 그런 걸까요? 정말 필요할 땐 써야죠. 그런데 적은 돈을 벌면서도 ‘남에게 뒤져선 안 된다’며 마구마구 씁니다. 어떤 것이든 값 비싼 물건을 사서 외면을 화려하게 치장해야 ‘품격(品格)이 유지된다’ 혹은 ‘자존심이 선다’고들 굳게 믿는가 봐요. 제가 봤을 때 한국인들은,  특히 절대다수 서민들은 자기 형편 또는 분수도 망각한 채 흥청망청 돈 쓰며 사치하고 삽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20대 대학생과 뻔한 월급 받는 젊은 직장인들은 씀씀이가 더 헤프고요.   외화내빈. 속 빈 강정. 외양은 그럴 듯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폼생(生)폼사(死) –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집단 허위의식.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 있죠? 내실(內實)을 탄탄하게 다질 생각은 아니 하고, 너도나도 황새인 척하는 뱁새들. 대한민국 상위 10% 부자들인양 신용카드 마구 긁어가며, 즉 빚을 내면서까지 쓸 거 다 쓰고, 입을 거 다 입고, 먹을 거 다 먹는 서민들. 맨날 입만 열면 ‘돈 없어서 못 살겠다’며 죽는 소리하지만요,  1천원, 5천원, 1만원. 푼돈(?)을 우습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이래가지고서야 언제 내 집 마련하겠으며 또 부자 될까요?   글로벌 No. 2.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극심한 소득 양극화, 즉 빈부격차 문제는요, 무한경쟁, 승자독식, 자연도태, 먹이사슬, 적자생존, 동물의 왕국, 신자유주의 만연.  근본적으로는 잘 못된 경제구조가 배태한 필연적인 결과물입니다만, 사람을 평가할 때 내면의 아름다움을 배제하는 사회 분위기. 자기한테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물품과 서비스를, 비쌀수록 남들이 알아준다면서        체면과 허영심에 빠져 너도나도 최신 유행을 좇으며 겉으로 드러난 걸로, 그중에서도 물질적인 요소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허세부리고 과시하는 걸 탐닉하고, 서로 잘났다고 티격태격하는 저급한 국민성도 무시 못 할 겁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그런 거 있지만요, 한국인들은 병(炳)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아주 유별나게 심하죠.  14세기. 전(全) 유럽을 초토화시켰던 페스트처럼  몰개성(沒個性)의 거대한 해일이 되어 한국사회를 휩쓸어버립니다.   어린왕자.  여러분도 중고등학생 때 한 번쯤 읽으셨죠? 여우가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즉 가장 가치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요. 2014년. 한국사회가 우리에게 즉자적(卽自的)인 존재가 되라고,  끓임없이 미혹하고 강요해도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