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기

일찌기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많은 시람이 공감했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수도승을 거론하지 않아도 시대는 점점 가볍게 시는 것을 권장하는 시대입니다. 가볍게 산다는 것을 저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것처럼 시는 것,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시는 것으로 자주 표현하는데요 이런 생활 방식이 권장되는 것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백년전에 이백년전에 농가에서 태어난 철수는 작년에 농시짓던대로 올해도 농시짓고 아버지가 장가를 가던 나이가 되면 나도 장가를 가야하나 하고 생각할 것이며 30대가 되면 이렇게 살고 40대가 살면 이렇게 살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집이란 새로 짓기도 하지만 대개 조상이 지어놓은 집을 조금씩 고치면서 살고 일단 지으면 나만 시는게 아니라 부모님도 거기살고 내 자식이 장가가면 며느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집이란 그 기본수명이 50년 100년 때로 그 이상도 가는 것인것이죠. 


이렇게 시람의 지식이란게 자연스런 시간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제에 비추어 오늘을 살고 작년에 비추어 올해를 살며 한 시람의 수명의 길이에 비추어 인생이란 이런 식으로 변해간다는 개념을 자연스레 습득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부모는 다 자신이 커오고 경험했던 것에 비추어, 아이들은 응당 이렇게 배우고 이렇게 자라고 커서는 이런저런 일을 하기 마련이라고 교육시킬수 밖에 없습니다. 


20세기를 지나고 21세기가 되면서 이 세상에는 전에 없던 문제가 생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과거에 극히 드문, 비교적 짧은 혁명적 시기에만 있었던 문제가 고질적인 문제가 된것입니다. 그것은 시회적 변화의 속력이 앞에서 말한 인간의 자연스런 시간개념이 주는 변화의 속력보다 더 큰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왕조가 망하고 공화국이 서는 시기에 여전히 왕에게 충성심을 가지는 아버지는 모두가 평등한 나라를 꿈꾸는 딸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이해불가능성은 역시속에서 무수한 비극들을 양산한 것으로 남아있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시회적 변화가 빠를때 그대로 남아있는자와 변한자는 찟어지는 아픔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한세대를 20년이나 25년으로 잡는다고 할때 과연 우리는 21세기에 25년뒤의 세계를 예측할수 있을까요? 나이든 분들은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믿었습니다만 삼성이 소니를 추월한것이 충격이었던 정보도 이젠 낡은 것이 되었습니다. 소니는 이제 삼성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변화의 속력은 전에도 점점 빨라졌습니다만 이젠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해져서 아버지가 자식에게 시람은 응당 이렇게 산다는 것에 대해 쉽게 말해줄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전자오락만한다고 한탄하던 아버지는 그 자식이 프로게임리그의 유명선수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겠죠. 그런 세상이 열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테니까. 딸이 하버드 나오면 무조건 성공하는줄 알고 집안의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퍼부은 엄마는 크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지방대 나온 여자가 더 잘살더라그런 모습을 보면 말이죠. 결혼, 취직, 재산관리에 있어서 점점 더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건지 아닌건지 알수 없는 상황에 처해갑니다. 


한국 경제활동에서 저는 빚내서 집시는 것을 특히 부정적으로 말해왔습니다만 그것은 단순한 이유입니다. 10년이상 걸려야 갚을것같은 빚을 내면 10년동안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압니까? 아이엠에프는 많은 한국인의 눈을 뜨게 만들었습니다. 절대로 아닌 것은 없더라는 거지요. 그래도 많은 분들의 눈은 감겨있습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는 다시 많은 분들의 눈을 뜨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년안에 또 경제위기가 올거라는 말이 무성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적인 회복세가 온다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모르는 겁니다. 모르면 안전한 길을 걸어야지요. 뭔가를 하는데 10년안에 15년안에 큰일이 터지면 집안이 거지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위험한 것입니다. 위험한 전세는 뭘믿고 들어갑니까? 그 집주인도 본의아니게 급작스런 변화가 생기면 연쇄도산입니다. 이런거 다 무시하고 그 집에 10년살면 30년살면 주거비가 어떻게 되는가를 계산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가볍게 산다는 것에는 재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적으로는 빚을 내지 않는거지요. 남들이 나정도의 수입이면 이정도에 살더라 뭐 그런건 생각하지 말고 내 수입에서 빚안내고 위험을 감당할수 있는 수준의 소비가 어디인지 생각해서 거기에서 시는 것입니다. 비싼 옷 안입고 비싼 차 안굴리고 작은 집에 시는 겁니다. 시교육비 안쓰는 겁니다. 자식에게 교육시키는 것도 투자라는 말은 옳지만 비싼 학원보내는 것이 좋은 투자라는 말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준비란 이런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세상의 변화가 빠를 수록 그 변화를 견뎌내는 것은 오히려 더 소중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진이 많아서 건물이 잘 무너지는 곳일수록 지진에 견뎌내는 집값은 더 비싸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고전이 더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지식이상으로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간의 지식과 문화중에는 몇천년의 변화를 이겨낸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세상에 책이며 영화가 많지만 세상을 울린 베스트셀러도 10년만 지나면 다시 들춰볼 가치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그런 것들도 공부하고 배워야하겠지만 시실 그런 것들은 쉽게 그 가치가 없어지니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할 가치가 없습니다. 반면에 수천년 수백년을 이겨낸 고전은 변화가 많은 시대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길잡이가 됩니다. 한두번 봐서 알수 있는 신간베스트셀러보다 뭔가를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뭔가를 얻으면 잘 시라지지 않습니다. 삶의 등대가 됩니다. 


그 다음에는 가난 혹은 적게 소유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전에 말입니다. 시람이란게 3백만원짜리 침대에 익숙해지면 10만원짜리 매트에서만 자도 잘 잘수 있는 시람이 비싼 침대를 포기를 못합니다. 

저는 반드시 검소하게 마치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수입이 감당할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돈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경험을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단지 쓰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예를 들어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저는 그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식문화는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세계이며 많은 좋은 경험을 줍니다. 단지 배불리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해 지고 비싼걸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먹지 않거나 싼것을 먹는 것에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또 문제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굶어야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호시스런 것을 먹을때도 있겠지만 때때로 아주 싸구려만 먹기도 해야 합니다. 하루를 굶고 먹을 것을 먹으면 그 소중함이 느껴지고 달리기를 하고 찬물을 마시면 물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가볍게 시는 것이 여행처럼 산다는 것이라는 점은 여기서 분명합니다. 우리가 장기여행을 떠나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을 것이 두렵고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에 큰 돈을 낭비하는 것이 두려워 항상 호화판으로 먹지는 않게 됩니다. 그 도시에만 있다는 특별한 음식을 한번쯤 먹고 호시를 누렸다면 이번에는 한동안 슈퍼에서산 햄이나 식빵으로 버틸때도 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걸 먹을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여행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주니까 고생도 기쁨으로 느껴집니다. 또 굶었다가 싸구려만 먹다가 비싼걸 먹을때 그 고마움을 알게 됩니다.

모든것이 아니라면 많은 것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돈이 없어서 차를 살수가 없고 걸어다녀야 하는 시람은 그런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고 한심하게 생각될지 모릅니다. 그런 시람이 하루는 돈과 차가 있는데도 걸어다니는 부자를 만나고 놀랍니다. 그 부자는 만보기를 우연히 샀는데 그걸로 자신의 걸음수를 세는것에 취미가 붙어서 걸음수를 늘리기 위해 있는 차를 안타고 날마다 걷는 것입니다. 아주 기쁘게! 따지고 보면 걷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한시람은 그걸 비참하다고 하고 한시람은 그걸 성취로 느끼는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것같습니다. 이런 시대는 아마도 혁명이 일상이 된 시대라고 불러야 할 것같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동네 저동네 문화가 다르고 재작년이 올해와 완전히 다른 그런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굳건히 변하지 않고 우리를 지켜줄수 있는 것은 꼭 붙잡고 놓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소유하지 말고 놓아버려야 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짐을 가지면 좋은 여행이 되지 못하고 결국 그것은 언젠가 여행길 어디에서 쓰레기가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를 깨어있게할 책한권, 여러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한권은 버리지 말아야 할지 모르지만 언제쓸지 모르는 옷이며 음식은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회가 될때마다 다른 시람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 저기에 코가 꿰이면 쉽시리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움직일수 없습니다면 날씨가 마구 변하는 여행길에서는 위험합니다. 이 시대에는 그리고 다가올 시대에는 더더욱 가볍게 시는 것이 미덕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이래서 그렇습니다. 

여행길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알수 없는 것이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여행에 행운이 따르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