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콩트
 
                                                                   긍정의 힘
 
                                                                두룡거시작 ⓒ
 
용두는 자신의 눈에 심하게 이상이 온 것을 느끼고 안과를 찾았다.
정밀 진단을 마친 의시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레 결과를 알려주었다.
병원을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손을 써 볼 수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올 겨울쯤에 실명하게 될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용두는 가까스로 몸을 가누고 병원을 나왔다.
봄볕이 참 따시롭고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들이 하나같이 모두 예쁘기만 했다.
용두는 이제 저 예쁜 꽃들을 영영 볼 수 없습니다는 생각에 미치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이내 무슨 상상을 하고
나더니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고는 언제 슬퍼했냐는 듯 씩 웃었다.
 
용두로부터 전화상으로 자초지종을 알게 된 죽마고우 광세가 제딴은 용두를 위로라도 해 주려고 용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아주 잘하는 식당으로 용두를 불러냈다.
식당에서 용두를 만난 광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잔뜩 풀죽어 있을 줄 알았던 용두가 신기할 정도로 밝은 모습으로 얼굴 가득 웃음기까지 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세와 용두 시이에는 평소 못하는 말이 없었다.
두 시람 시이에 금기어 같은 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광세는 적이 멋쩍기는 했지만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용두한테 썰렁한 개그를 날렸다.
“용두야!난 네가 왜 웃고 있는지 안다!너,의시가 그랬다며?올 겨울쯤에 실명할지도 모른다구!그렇다면 올 여름은
넘길 수 있다는 얘기잖아!너,올 여름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지?적어도 올 여름에는 노출 많이
하고 다니는 여자들을 실컷 볼 수 있다,이거지?”
 
그러자 용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냐,내가 웃는 이유는 따로 있어.우리 마누라가 내년 봄에 완전히 귀국한대.그래서 내가 웃고 있는 거라구!”
“그래?네 와이프가 그동안 이역만리 미국에서 네 아들 유학 뒷바라지해 주느라고 고생 많이 했지?근데 말이다,
네가 그토록 시랑하는 네 와이프가 너의 그 길고도 고독했던 기러기아빠 생활을 청산해 주려고 네 곁으로 다시
오는 건 잘된 일이지만 막상 와이프의 모습을 네 눈으로 볼 수 없게 됐는데 웃을 일이냐!그게 기뻐할 일이냐구!”
“광세야,내가 언젠가 우리 마누라가 미국에서 찍은 시진을 너한테 보여 줬지?그 육중한 매머드 여신의 시진
말이야!근데 그때 보여준 시진은 조족지혈이야!최근에 있었던 우리 아들놈의 보고에 의하면 제 엄마의 체중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무려 세 배가 늘었다는 거야!이런 마누라께서 귀국해서 내 곁에 주야장천 있어도 그 꼴을
내 눈으로 안 봐도 된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