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진짜 승부는 허쥬마와 SB3이다

삼성이 반도체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삼성 이전의 기업들 덕분입니다.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를 개발했고,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IC(집적회로)를 개발했으며, 미국의 인텔이 1메가 DRAM을 출시했고, 일본의 히다치를 비롯한 여러 기업을 거치면서 삼성은 과거 기업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모방을 통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오늘날의 삼성 반도체를 가꿀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바이오의약품, 특히 바이오시밀러도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리려고 하는데,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반도체가 사용되는 곳은 기계(예를 들면 컴퓨터) 쪽이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의 치료를 위해 사용됩니다. 반도체처럼 무조건 많이 만들어서 치킨 게임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바이오시밀러는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냐 아니냐, 그리고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에 따라 그 운명이 뒤바뀔 것입니다. 

자금이 풍부한 삼성으로서는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바이오젠과 함께 개발해서 출시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갈 생각이었겠지만, 반도체는 소득이 향상될수록 수요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서 생산되는 반도체마다 고가에 팔릴 수 있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수는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환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환자수는 소득과 상관없이 인구수에 비례할 뿐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환자도 늘어나고 인구가 줄어들면 환자수도 줄어듭니다. 바이오시밀러의 주요 소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의 인구는 대체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는 태생적으로 치킨 게임이 될 수 없습니다. 자금이 풍부하다고 바이오시밀러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인도(India) 제품과 같은 품질이 떨어지는 바이오시밀러를 대량으로 공급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자금이 부족한 셀트리온은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동시에 시판하려는 삼바와 달리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3종 세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 돌이켜 보면 이는 셀트리온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던가요? 이 말은 셀트리온에게 정말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렇다고 다른 바이오시밀러를 포기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블루오션 제품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레드오션 제품은 그에 맞게 천천히 상황을 봐가면서 출시하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레드오션 제품은 특허 만료가 되기 전에는 출시가 불가능하거든요.

삼바와 셀트리온의 승부, 그것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서 확실하게 결정날 것으로 봅니다. 누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석권하느냐에 승부가 날 수도 있습니다. EMA 시판 승인 신청은 삼바와 바이오젠이 1개월쯤 빨랐지만, 시장 점유율은 어떨지 벌써 궁금하네요. 저는 허쥬마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삼바의 SB3는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오시밀러의 ‘동등성 증명’에 실패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SB3의 문제점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tock.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62094446

[사족] 삼성의 문어발식 경영 그리고 치킨 게임의 승자가 되겠다는 논리에 집착한다면, 지금의 반도체 분야는 중국에게 고스란히 헌납할지도 모릅니다. 속히 환상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경영 승계를 위한 디딤돌로 삼지 말고, 재검토하여 버릴 건 버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