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국민혼란 더 부추겨

정부-서울시 메르스 & #39;충돌& #39;, 국민혼란 더 부추겨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긴급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 A씨가 다수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이 큰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큰 방역 구멍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A씨가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지난달 30일 양재동 L타워에서 1천5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는 등 불특정 다수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서울시 주장에 보건복지부와 해당 의사가 5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충격은 혼란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A씨는 "메르스 감염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전이고 그 이전에는 의심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병원과 저한테 단 한 번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채 메르스를 전파했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서울시 발표를 부인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정부가 오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가 불안을 가중한다고 성명을 낸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메르스 대응에 총력으로 협력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 간 충돌 양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이 서울시의 심야 발표를 믿고 충격을 받은 것은 이번 사태 대응 과정에서 쌓인 정부 대응에 대한 불신 때문인 탓이 크다. 특히 정확한 정보 공개를 정부가 계속 미뤄온 이유가 적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결과 국민 10명 중 7명 가량(68.3%)이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을 & #39;신뢰하지 않는다& #39;고 응답했다. 정부는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됐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허술한 대응 못지 않게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서울시가 심야에 급히 발표한 것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지자체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메르스 확산 차단에 나서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판단과 행동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둬서 나와야 한다. 성급한 판단과 행동이 가져올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한 일방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우려를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