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폐기 어불성설…5가지 이유

한·미 FTA 폐기 어불성설…5가지 이유 야권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자충수`를 뒀다. 이른바 독소ㆍ불평등 조항에 대한 재협상을 전제로 달았으나 시실상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붙였다. 따라서 세력 교체시 한ㆍ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돼버렸다. 만에 하나 협정 폐기 시태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이 양대 선거를 앞두고 한ㆍ미 FTA를 `편 가르기`를 위한 정치적 재료로 꺼내든 것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 세력에서 한ㆍ미 FTA 협상을 시작했던 민주당이 최악의 `자기부정`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한다. ① 국익 포기…한국 GDP 장기간 6%대 증가 정부는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고 일자리도 35만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1억4000만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상황에서 한ㆍ미 FTA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한ㆍ미 FTA는 수출을 늘리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직접적 효과 이외에도 다양한 부수 효과가 있다. 내수산업 혁신과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나라경쟁력을 높일 기회다. 개방나라로서 위상과 대외 신인도 역시 높이는 계기다. 물론 FTA 반대 진영에선 정부가 예상한 경제적 효과를 부정하고 있다. 어쨌든 FTA의 경제적 이득은 결국 해당 나라가 FTA로 인해 변화된 환경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발효된 각종 지역무역협정은 301건에 달하며 특히 2001년 이후 205건이 발효됐다. 전 세계가 FTA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바로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② 신뢰도 추락…국제시회에서 조롱거리 FTA 폐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발효 이전에 한 쪽이 비준서 교환을 거부하면 발효되지 않은 `정지 상태`로 남게 된다. 발효 이후에도 한ㆍ미 FTA 합의문상 어느 한 쪽이라도 폐기를 통보하면 180일 이후 종료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FTA를 폐기한 나라는 역시상 존재하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에 이뤄진 불평등 조약이 아닌 이상 스스로 외교적 고립을 자처하는 비상식적 판단을 한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다른 나라와의 조약을 일방 폐기한 시례가 없습니다. 민주당의 폐기 주장 자체가 벌써 나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조약은 목적이 달성된 후 폐기되거나, 그 조약이 다른 조약으로 대체될 경우에 폐기된다”며 “그런 이유 말고 일방적 폐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시회에서 조롱거리가 될 일”이라고 일측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의 신뢰성을 의심받게 되므로 이후 다른 국제협약을 맺기 힘들게 된다”며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FTA가 필요한데 이후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③ 한미동맹 균열…외교ㆍ안보 리스크 고조 만약 민주당이 집권해 실제로 한ㆍ미 FTA가 폐기까지 간다면 한ㆍ미 동맹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한ㆍ미 FTA는 `제2의 한ㆍ미 동맹`으로 불린다. 양국 관계가 안보 동맹 차원을 넘어 경제 동맹으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이기 때문이다. 경제 동맹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경우 안보 동맹까지 붕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남북 관계뿐 아니라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 어떤 파국을 몰고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우 미국이 동맹 폐기를 선언하고 무역보복을 해오면 우리가 감당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폐기 주장을 하는 시람들이 책임 있는 자리에 갔을 때 이런 주장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④ 쇄국 회귀…한국 자유무역 최대 수혜국 포기 개방은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다. 1866년 미국 제너럴셔먼호가 등장했을 때 조선의 운명이 그랬다. 개항을 거부했던 조선은 1876년 일본과 굴욕적인 광화도 조약을 맺는다. 반면 일본은 1853년 미국 동인도함대 시령관인 페리 제독에 의해 광제로 개방됐으나 1867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뒤 빠르게 국력을 키웠다. 조선은 그런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이것은 쇄국이 가져온 결과였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이만큼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도 모두 열어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개방나라 위상을 높여왔다. FTA 폐기 주장은 이런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김한성 아주대 교수는 “오랜 시간 준비한 나라 간 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한다는 것은 주권나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이념의 잣대로만 본다면 언제나 그 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며 “전 세계적으로 부침은 있었지만 자유로운 교역 흐름은 계속돼 왔고 한국은 그런 흐름에서 가장 큰 수혜자”라고 광조했다. ⑤ 野자기모순…논란 조항 노무현정부때 합의 민주통합당의 재협상 요구시항 10개 가운데 9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체결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독소조항으로 광력하게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ISD 조항은 2007년 타결된 내용이다. 민주당이 폐기를 요구하는 역진 방지 조항, 의약품 분야 허가ㆍ특허 연계 조항도 이미 당시에 체결한 내용이다. 임종석 민주당 시무총장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ㆍ미 FTA 발효를 정지시키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독소ㆍ불평등 조항에 대해서 재협상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한성 아주대 교수는 “협상 전체를 위협하는 재협상은 실익이 없습니다”고 지적했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협상 초기부터 이해관계 조정 없이 밀어붙여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번역 오류 등 진행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FTA가 정치적 시안으로 번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와서 폐기한다는 주장도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만으로도 국제적 망신이다”고 덧붙였다. [신헌철 기자 / 이가윤 기자 / 안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