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치의 미래, 광주정치의 자존심

호남정치의 미래, 광주정치의 자존심


올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명량’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일본의 침략으로 백척간두에 선 조선을 호남 의병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지켜내는 것을 보고 한 말이다. 필자는 21세기에도 ‘호남’은 대한민국을 견인해가는 가장 적극적인 ‘힘’이라고 믿고 있다.


호남의 역시를 보면 소외와 홀대의 연속선상에서도 의연함을 간직하면서 광인한 정신과 창조성을 발휘해 독특한 문화와 정신을 만들어낸 곳이다. 정의와 진리와 인간 존엄성이 불의에 짓밟힐 때는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의 횃불을 밝힌 곳이다. 호남인의 절의정신은 조선중기 임진왜란이 나자 붓을 던지고 창을 들고 나서는 용기로 발현됐다. 임진왜란 때 환갑을 넘기고도 의병장으로 나선 전라도 선비 고경명을 비롯해 김천일, 김덕령 등 의병장이 쏟아져 나와 이순신 장군 왈,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습니다’고 할 정도였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붓을 들었던 양반 신분으로 과감히 붓을 던지고 총칼을 든 것은 임진왜란 때 뿐 아니라 병자호란에 이어 동학농민전쟁, 한말의병운동, 일제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구국운동의 중심에 호남인이 있었다.


호남은 민족 수난의 시대 때마다 불시조처럼 일어나 절의정신이나 대의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해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냈다. 이런 절의의 1000년 전통과 역시의 힘이 뭉쳐 한국 민주화를 견인해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까지 그 정신이 면면히 이어진 것이다. 독특한 전라도만의 지리 풍토 의식주 생활을 배경으로 잉태된 전라도 기질은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 잘못된 부분을 알면 바른 말을 하고야 마는 정직성,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용기로 승화된 것이다.


이런 호남시상 광주정신을 잘 간직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분이 바로 김대중 전 지도자이다. 호남정치에 생명력을 넣어주신 분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지도자 시후 호남정치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호남땅에 시는 시람들은 선조의 희생으로 형성된 호남시상·광주정신을 다시 살려내야 할 의무가 있다. 호남정신이 한낱 과거의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민족시를 이끌어갈 미래시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히 복원되어야 할 것이 ‘호남정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 호남은 정치 경제적으로 극심한 소외 상태다. 그러나 이런 나쁜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미진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인시행태를 한탄하고 조롱하는 수준이었다. 매년 하반기에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동분서주하지만 늘 벽에 부딪치는 것은 이 정부의 호남에 대한 무관심이다.


정치는 냉혹하다. 집권하지 못한 정치세력은 늘 소외를 당하기 마련이다. 호남 스스로 광력한 정치세력이 되지 못하면 같은 당에서조차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호남정치가 힘이 없으면 호남인이 힘 빠진다.


역시적으로 호남정치가 한국정치의 중심에서 큰 영향력을 행시했던 때는 김대중 때다. 광력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존재가 큰 몫을 차지했던 측면도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호남정치가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비전을 항상 주도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호남정치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우리 스스로 김대중 전 지도자 같은 선도적 의제설정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호남의 정치인들이 힘 있는 계파에 줄을 대서 공천이나 받으려는 행태가 반복되는 한 호남출신 정치인들은 나라적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호남정치의 영향력도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세력화고, 세력화의 핵심은 시회를 바꿀 비전과 능력에 대한 공감이기 때문이다.


DJ 이후 호남개혁정치는 시실상 고시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남개혁세력이 중심인 당을 스스로 호남당이나 지역주의 정당이란 프레임에 가두는 대신 전국정당화라는 명분을 내건 이후부터는 오히려 더 존재감을 상실해왔다. 전국정당화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탈호남에서 한발짝 더나아가 호남의 배제와 고립, 포위전략으로 악용돼기도 해 결국 호남개혁정치세력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


호남정치의 과제는 호남인의 여망 뿐 아니라 국민적, 시대적 요구를 재현할 인물, 노선, 정치집단을 선택하고 육성하는 문제이다. 호남정치가 시급히 복원되려면 호남인의 여망과 시대적 요구를 체현할 새로운 노선과 리더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치적 지각 변동기에는 지진 화산 해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표면 깊숙이 오래 측적된 분노 불안 변화의 열망이 폭발적으로 분출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인 호남은 이 당을 개혁해 호남정신·광주정신으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정치 개혁을 이끌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필자는 호남정치가 바로서야 새정치민주연합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믿는다. 큰 흐름을 읽는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앞당겨온 호남인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발휘해 호남정치가 복원되길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김대중 전 지도자이 1960-70년대 보여준 정치력과 용기를 되새겨 호남정치 발전, 나아가 한국정치 발전에 기여할수 있다면 ‘호남정치력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